고 향

2019. 9. 8. 01:02하이퍼시 이야기

  고 향

  • 박문희

 

4월 머금은 살진 단비

비암 너머로 달려가고

산허리 칭칭 감은 안개

용두레 우물가에

칠색무지개로 피어난다.

세전이벌이 태동하기 시작한다.

 

금슬 좋은 꿩부부 장끼 까투리

해란강수 맑은 물에

하얀 쪽배 띄워 놓고

꽃내음 화사한 비눗물로

허공에 비낀 멍든 낙서

마알갛게 닦아 낸다.

 

새벽 깨우는

닭울음소리 다독이며

반쯤 열린 삽작문

두드리는 순간

잠옷 바람에 머리 엉성한 내가

문밖에 섰는 나를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다.